2024.03.31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메뉴

경남 명물 '신신예식장', 반세기 동안 비용없는 예식 진행

 

한국웨딩신문 차우진 기자 | 경남 마산 서성동에는 아주 작고, 낡고, 오래된 예식장이 있다. 1967년에 문을 열어 55년 가까운 반세기 동안 여전히 영업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개업부터 지금까지 거의 무료로 운영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예식장을 운영하는 백낙삼(91) 주인은 “가난하고 돈이 없어 결혼식을 못 하거나 애태우는 젊은이들을 위해 개업한 곳이 ‘신신예식장’이다”고 말했다.

 

1967년 6월 문을 연 이 예식장은 전 세계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결혼식을 할 수 있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예식장 안팎에는 30~40년 전 예식장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예식장은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100석 규모의 2층 웨딩홀에서 지금까지 결혼식을 올린 부부는 대략 1만 4,000쌍이다. 1개 웨딩홀로 하루 최대 17쌍이 결혼식을 했었다. 이들 대부분 신랑신부의 주례는 예식장 주인인 백낙삼 옹 몫이였다. 백 주인는 주례뿐만 아니라 예식 상담과 사회, 사진 촬영 등을 맡고 있고 예식에 필요한 소도구와 옷, 화장, 폐백 준비 등은 부인 최필순(81) 이사님의 몫이다.

 

백 사장님의 명함에는 직함이 ‘대표’나 ‘사장’ 대신 ‘주인’으로 표기돼 있다.

 

신신예식장에서 예비 신혼부부로부터 받는 비용은 청소 등 예식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수고비 70여만 원이 전부다. 예식·폐백실과 드레스·턱시도 사용료, 신랑신부 화장 등이 완전 공짜다. 이전에 실비로만 받았던 기념사진 촬영비도 2019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하면서 완전 무료 봉사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에서 모두 무료가 되었다.

 

백 주인은 “지난해 설 부산에 살고 있다는 분이 전화해 ‘너무 어려웠던 1977년 당시 선생님 은덕으로 신신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며 돈을 좀 보내겠다고 하더라”면서 “신신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하고 나니 일이 잘 풀리고 부자까지 됐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전했다.

 

구순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는 예식장의 역사를 사진 등으로 기록한 앨범 ‘신신사기’(新新史記) 제작에 분주하다. 1, 2권은 이미 마무리했고 3권째 만들고 있다.

 

75세에 대장암 진단을 받은 그는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고 차를 즐기기 시작했다.

 

백 주인은 “딱 100살까지만 예식장을 운영하면서 신랑신부를 위한 주례를 하겠다”면서 “그때까지 살아 있으면 이후에는 결혼 장부를 넣은 배낭을 메고 전국을 일주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런 마지막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그는 오늘도 아침 요가와 걷기 등으로 건강을 챙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