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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부부들 황당하게 하는, 서울시의 '공공예식장'

 

서울시가 공공예식장을 무료 또는 50만원 이내로 대관해주고 예식 전문업체와 연결해주는 사업 ’나만의 결혼식‘(올 6월 시작)이 현명한 예비부부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연결해주는 업체들이 촬영, 의자 대여 등을 명목으로 웃돈을 붙이면 싸지도 않은데다, 피로연 음식을 외부 도시락으로 마련해야 하는 등 하객을 맞이하기 적합하지 않은 공간이 대다수여서다.

 

나만의 결혼식은 서울시와 자치구가 소유한 공공기관 24곳의 공간 일부를 신혼부부들에게 개방해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개방한 장소는 실내 8곳, 야외 13곳, 한옥 3곳이다.

27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신혼부부 지원사업 ’나만의 결혼식‘(올 6월 시작)을 통해 공공예식장에서 식을 올린 부부는 네 쌍이다. 기업 후원을 받아 사회공헌사업 성격으로 예식을 진행한 두 쌍을 빼면 공공예식장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부부는 두 쌍이다. 오는 11월까지 공공예식장을 예약한 부부는 20쌍에 불과하다. 24곳 중에서 서울·강북노동자복지관, 보라매시민안전체험관 등을 비롯해 14곳은 예약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예비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사업 취지와는 달리 돈 쓸 곳이 꽤 많다는 지적이다. 일반 예식장(웨딩홀)처럼 기반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의자, 책상 등 각종 물품을 대여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최소 200만원이다. 식대의 기본 단가는 5만2000원이고 메뉴를 추가할 때마다 2만원씩 오른다. 조화 장식(200만원), 본식 촬영(100만원), 상담 수수료(150만원) 등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전혀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가 보이지 않는다.

’작은 결혼식‘ 평균에 비해서도 오히려 비싸다는 목소리도 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2023 결혼 비용 실태조사 결과 작은 결혼식 예상 비용은 평균 719만원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 입장에서 하객 배려와 편의를 고려하면 식을 올리기 마땅치 않은 곳들도 있다. 잔치에 와준 이들을 대접하는 건 여전히 국내 결혼식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식당 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은 서초구 인재개발원 단 한 곳이다. 일부 야외 식장(문화비축기지, 시민청)은 아예 외부 음식을 들이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시 측은 시설 사용 관련 규정 사항을 개선해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천주환 가족다문화담당관은 ”최근 선택지를 2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식장을 새롭게 발굴했고 전통 혼례만 가능했던 한방진흥센터의 경우 일반 결혼식도 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에서 하는 거라면 무조건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은 편견“이라며 ”공공예식장 이용이 활성화돼 보여주기식 결혼보다 ’나'만을 위한 결혼문화가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다만 서울시가 협약을 체결한 결혼운영 전문업체 네 곳을 연결해주는 역할에만 그친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웨딩신문 김민지 기자 |